3D프린터,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최완기
2014년 1월 26일
4분 분량

다음 중 3D프린터와 관련이 없는 영역은 무엇입니까?

□ 자동차·항공 □ 의료 □ 예술·문화 □ 역사 □ 건축 □ 식품 □ 교육 □ 답 없음

정답은 ‘없음’입니다. 3D프린터가 꾸준히 진화하면서 그 활용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고, 3D프린터로 출력해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1988년 3D Systems사의 SLA 시스템이 처음 시장에 도입된 이래 그 동안 주로 기업용 프로토타입 제작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자동차, 항공/우주, 방위산업, 가전제품, 의료 및 의료장비, 치의학, 건축, 교육, 애니메이션 및 엔터테인먼트, 완구류, 패션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제품 개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3D프린터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O1 자동차·항공·우주 분야

자동차 산업은 가장 먼저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한 산업 영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잉(Boeing)사는 현재 300여개 부품을 3D프린터를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포드(Ford)는 실린더를 3D프린터로 제작하였습니다. 캐나다의 콜이콜로직(Korecologic)는 미국 스트라타시스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차량 전체를 3D프린팅한 플라스틱 하이브리드카 Urbee 2를 생산하여 주목받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모비스에서 디자인 확인, 기류평가와 기능성 테스트를 위해 Fortus FFF 시스템을 사용해 원형 파트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제작하는 주요 파트로는 운전석 모듈, 계기판, 에어덕트, 기어-프레임 바디, 프런트 엔드 모듈, 안정 장치 바 어셈블리 등이 있습니다. 항공·우주 기술 업계에서도 역시 자동차 산업을 벤치마킹하여 혁신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3D프린터로 출력한 차량 사례(출처: EDAG)

3D프린터로 출력하는 항공기의 미래에 대한 TED 강연 (http://www.ted.com/talks/bastian_schaefer_a_3d_printed_jumbo_jet)

O2 의료분야

인공 턱뼈를 제작하거나, 자신의 귀에 꼭 맞는 보청기를 제작하는 등 의료 분야에서 3D프린터는 개인에게 꼭 맞는 제품을 보다 저렴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제작해준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조직 중 일부를 3D프린터로 인쇄하는 ‘바이오 프린팅’에 대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도 3D프린팅 기술로 치료하는 의학 기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3D프린터를 활용한 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바 있습니다. 백정환 교수(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는 부비동 암을 앓는 40세 여성과 46세 남성의 수술에 3D프린터 기술을 적용, 수술 후 부작용 중 하나인 얼굴과 눈의 함몰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3D프린터는 여러 질병과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출처: stratasys.com)

향후에는 약도 3D프린터로 제조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2015년 8월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청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약을 처음으로 허가하였는데, 승인받은 약은 간질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처방되는 아프리시아사 ‘스프리탐’으로, 약에 미세한 구멍이 아주 많아 한 모금의 액체만 있어도 빠르게 분해되어 약의 섭취를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O3 패션 분야

3D프린팅을 활용한 의상 및 쥬얼리의 생산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어, 수년 후에는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과 소재의 의상을 3D프린터로 출력하여 착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3D프린터를 이용하여 의류, 속옷, 하이힐, 운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되고 있다. 컨티늄 패션의 디자이너인 제나 피젤과 마리 황이 3D프린터로 비키니 수영복을 제작하였으며, N12 비키니는 3D프린팅만으로 제작되어 이음새 없는 옷입니다. 또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메시 대학 Massey University의 올라프 디젤 Olaf Diegel 교수가 3D프린팅에 성공해 기타브랜드 ODD로 소량 주문 생산하고 있습니다. 강한 나일론 소재로 공연 중 기타를 내려쳐도 부서질 일이 없다고 합니다.

3D프린팅 패션쇼(출처: 가디언지 http://www.theguardian.com)

O4 역사 분야

3D프린팅 창작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디지털 복원’입니다. 디지털 복원은 유형의 문화재와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문화재를 컴퓨터 그래픽, 가상현실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본 모습대로 복원해내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최근 3D프린팅을 이용한 디지털 복원 작업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2D로 표현되는 일반 카메라에 비해 입체적인 측정을 통한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유럽 ‘디지털 문화유산 양성 훈련 네트워크(이하 ‘ITN-DCH’)’의 ‘프로젝트 모술(Project Mosul)’을 들 수 있습니다. ITN-DCH의 ‘프로젝트 모술’은 2015년 2월 수니파 무장조직 IS가 훼손한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Mosul) 박물관의 소장품을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복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모술의 3D프린팅 작업(출처: 프로젝트 ‘모술’ 웹사이트)

우리나라에서도 3D프린터와 스캐너를 이용해 공룡과 식물, 어류 화석 등의 복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화성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으로 3D프린터와 스캐너를 도입하여 현재 보유중인 690여 개의 공룡화석과 식물, 어류, 포유류 화석 중에 반환될 수도 있는 해외 발굴 화석을 복제할 예정입니다. 기존 모형을 본떠 제작하는 레플리카(화석 복제품) 제작 방식보다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O5 건축 분야

3D프린팅 기술을 건설 분야에 적용한 사례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타 산업 분야에 비하여 생산품의 크기가 크고, 안정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일부 영역에서는 3D프린팅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 가능성을 적극 살피고 있는 단계입니다. 2012년 8월, TedxOjai에서 Behrokh Khoshnevis 교수는 Contour crafting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20시간 만에 집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존의 집짓기 방식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위험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3D프린터를 활용한 건축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하며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3D프린터 활용 건축 사례 (출처: Khoshnevis의 TED x Ojai 강의)

중국 WINSUN사의 경우 대규모 3D프린터를 사용하여 하루에 10채 이상의 집을 인쇄하고 있습니다. 다소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조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하루 만에 집을 프린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청년들, 노숙자들을 위한 주택, 기후 난민이나 전쟁 난민용 주택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로운 집을 빠르게 출력하여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원하는 집을 언제든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O6 식품 분야

미항공우주국(NASA)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당류나 복합 탄수화물, 단백질을 필요할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가공할 수 있는 3D프린터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모던 미도우(Modern Meadow)라는 신생 벤처기업은 바이오 프린팅이라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육류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모던 미도우는 주로 채식주의자, 특히 동물 보호단체에 속해 있거나 육류를 먹지 않는 특수한 사람들, 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을 고기가 없는 개도국 빈민들을 위해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캠브리지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도브테일드(Dovetailed)는 3D프린터로 과일을 프린트하는 ‘3D 푸르츠 프린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분자 가스트로노미라고 하는 기술을 이용해서 사과나 귤 등 모든 과일을 단 몇 분 만에 인쇄할 수 있다고 합니다.